전주의 바깥을 걷다 — 완주와 잇는 자연 한 조각 (모악산, 삼례예술촌, 비비정)

골목길 


전주 도심의 정갈한 한옥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전주 외곽과 완주. 자연과 예술, 전통과 농촌 체험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곳은 여유로운 하루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딱 맞는 코스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주와 완주군을 연계해, 모악산에서의 산책부터 삼례문화예술촌, 비비정, 그리고 로컬 식당과 체험마을까지 깊이 있는 하루를 제안합니다.

📌 목차

1. 산책처럼 오르는 산, 혹은 예술처럼 걷는 아침 — 모악산 & 삼례문화예술촌

완주군과 전주를 잇는 모악산은 도심에서 20분 내외로 접근 가능한 ‘가볍게 다녀오는 산’의 정석입니다. 전북 도민들에게는 일상처럼 오르는 산이며, 여행자들에게는 도시에서의 고요한 출발을 여는 최고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등산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코스부터, 중상급자를 위한 암릉 코스까지 다양한 루트가 있으며, 특히 대원사 방향의 등산로는 조용하면서도 경관이 뛰어나 ‘산책 같은 산행’이 가능합니다. 모악산 자락에 위치한 대원사는 백제 때 창건된 사찰로, 소박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찰 안은 연못과 전각이 잘 정돈되어 있으며, 아침의 맑은 공기를 들이키며 걷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입니다. 법당 앞에 앉아 조용히 명상하거나, 산문 주변의 솔향을 맡으며 잠시 쉬는 시간은 여행의 시작을 정갈하게 만들어 줍니다. 산이 부담스럽다면, 대신 삼례문화예술촌을 추천합니다. 이곳은 오래된 창고단지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곳으로, 전시, 북카페, 디자인 숍, 아트숍이 어우러진 감성적인 예술 공간입니다. 실내 공간이 많아 날씨에 관계없이 둘러보기 좋고, 폐공간 재생 사례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책공방, 사진예술관, 아트갤러리 등에서는 계절별 전시가 진행되어 방문 때마다 다른 작품을 만날 수 있고, 삼례를 배경으로 활동하는 로컬 작가들의 색다른 시선도 느껴볼 수 있습니다. 복잡하지 않지만, 감각적인 예술 감성을 충전하기 좋은 아침 코스입니다.

2. 오래된 시장과 풍경 맛 — 삼례시장 로컬 한식

산과 예술로 아침을 시작했다면, 이제는 시장으로 향할 시간입니다. 삼례시장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현지인들의 생활이 그대로 녹아 있는 전형적인 로컬 공간입니다. 소박하고 정감 있는 이 시장은 관광지 특유의 상업성보다는, 꾸밈없는 생활이 묻어나는 따뜻한 풍경을 품고 있습니다. 시장 내부에는 칼국수 집, 전집, 국밥집, 찐빵집 등 30년 이상 운영된 가게들이 다수 있으며, 특히 보리밥 한정식을 제공하는 식당은 투박하지만 깊은 맛으로 지역민은 물론 외지인의 입맛도 사로잡고 있습니다. 시장 통로를 따라 순대국밥의 진한 향이 퍼지고, 작은 분식집에서는 떡볶이와 김밥을 만드는 손길이 바삐 움직입니다. 보다 분위기 있는 점심을 원한다면 비비정 인근 전통 한식당으로 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비비정 한정식’은 전통 가옥을 개조한 공간에서 전라도 손맛을 살린 음식을 즐길 수 있으며,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까지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자연과 식사가 어우러지는 이 경험은 도시에서는 누리기 어려운 특별한 한 끼입니다. 삼례에서의 점심은 배를 채우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마을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나눈다는 것 — 그것은 ‘관광’이 아닌 지역 안으로 들어가는 체험이 됩니다.

3. 비비정에서 금강까지 — 완주가 품은 풍경 산책

전라북도 완주군의 숨은 명소 중 하나인 비비정금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벽화마을과 전망대가 어우러진 조용한 마을입니다. 특히 벽화마을은 마을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협업해 만든 공간으로, 단순히 시각적 감상뿐 아니라 스토리텔링 요소도 풍부하게 담겨 있습니다. ‘비비정’이라는 이름은 물결이 고요하게 출렁이는 ‘비비다’는 전라도 사투리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이 마을에서 내려다보는 금강은 잔잔하게 흐르며 마음을 비워내는 풍경을 제공합니다. 전망대, 산책로, 돌계단, 장독대 풍경 등은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로도 인기 있으며, 웨딩촬영지나 SNS 포토스팟으로도 자주 등장합니다. 강변에는 데크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조성되어 있어 가족 단위 또는 커플 여행객들이 여유롭게 걷기에 좋습니다. 때로는 강을 따라 흘러가는 뗏목이나 낚시하는 주민들의 모습도 볼 수 있어 고요한 시골의 삶을 엿보는 느낌도 듭니다. 이곳은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더 많아 오히려 조용하며, “비움과 채움이 동시에 가능한 장소”라는 평을 자주 듣는 곳입니다. 번잡한 유적지나 북적이는 상업지구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을 원한다면 비비정과 금강 산책은 완벽한 선택입니다.

4. 흙과 계절을 담다 — 소양면 농촌체험마을에서의 오후

오후에는 소양면 농촌체험마을로 이동해 계절별로 운영되는 전통 농사 체험, 요리 만들기, 손수 작업 등을 즐겨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 마을은 전라북도에서 농촌진흥청과 함께 운영하는 체험마을로, 교육적이면서도 감성적인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봄에는 모종 심기, 딸기 따기, 여름에는 옥수수 수확, 매실청 담그기, 가을에는 벼베기, 고구마 캐기, 겨울에는 된장 담그기, 메주 만들기 등이 운영되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최고의 체험 여행지입니다. 또한 전통 방식으로 전주 막걸리 담그기김치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며, 직접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누는 밥상 공동체 체험은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공동체의 온기를 전해줍니다. 계절에 따라 다채로운 이벤트가 있어 언제 방문하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의 매력은 바로 사람과 땅이 가까운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체험을 통해 흙을 만지고, 음식을 만들고, 농부들과 대화하며 얻는 감동은 단순히 ‘놀다 오는 여행’이 아닌, 삶을 체험하는 시간이 됩니다.

5. 다시 전주로, 조용한 밤을 마무리하는 법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시 전주로 복귀한 뒤에는, 조용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로컬 펍이나 한옥마을 야시장을 추천합니다. 전주객사 근처에는 지역 수제 맥주 전문점과 전통주 바가 다수 있으며,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 많습니다. 특히 막걸리 칵테일, 전통주 시음세트 등 지역 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를 제공하는 곳들이 늘고 있어, 감성적이고 로컬스러운 밤 시간을 완성하기에 제격입니다. 좀 더 활기찬 분위기를 원한다면 전주한옥마을 야시장도 좋은 선택입니다. 야간 조명 아래 열리는 플리마켓과 푸드트럭, 길거리 공연은 전주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자연과 문화, 휴식과 먹거리, 체험과 여운이 어우러진 오늘 하루. 다시 도시로 돌아온 밤은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감동을 정리하는 완성의 시간입니다. 전주의 외곽을 걸으며 쌓은 모든 감정은 이 밤의 여운 속에서 오롯이 마음에 남게 될 것입니다.